[기고]“안양에서 살아 행복합니다, 그 말이 울려 퍼지는 도시를 위하여”

2025.09.29 21:02:46


사람은 누구나 삶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다. 그때 떠오르는 건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버티고 참으며 살아온 일상의 기억들이다. 젊을 땐 하고 싶은 게 많아도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집을 마련해야 했고, 아이들을 키워내느라 허리띠를 졸라맸다. 중년에 이르면 아이들 대학 보내느라 또 허리를 동여매야 했고,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청춘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주름진 늙은 나만 남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노년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겁다. 치아는 흔들려 음식 하나 마음껏 씹을 수 없다. 무릎은 쑤셔서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찬다. 신문 활자 하나 똑바로 읽으려면 안경을 찾아 헤매야 하고, 손주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지만 금세 지쳐버린다. 여행을 나가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면 공허함과 허전함이 남는다. 결국 누구나 언젠가는 요양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는 사실이 서늘하게 눈가에 눈물 짖게 한다.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결국 마주하게 될 우리 모두의 삶이다. 지금의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늙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길이 지나치게 힘들지 않게 하는 건 사회와 행정의 책임이다. 병원은 멀고 의료비는 부담스럽고, 돌봄 인력은 부족하다. 집은 계단이 많아 불편하고, 공공임대주택은 턱없이 모자라다. 복지 제도가 있어도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고, 행정은 제때 손을 내밀지 못한다. 결국 이런 틈이 메워지지 않으면 시민의 노후는 불안과 고통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안양은 과연 시민이 나이 들어도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도시인가?” 이 질문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안양은 이제 보여주기식 정책을 넘어서야 한다. 요양시설 몇 곳 늘려 놓고 안심할 게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이웃과 함께 노년을 살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 돌봄과 노인 돌봄이 단절되지 않고, 세대가 연결되어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 부모 세대가 손주를 돌보다 병드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행정의 본질도 다시 돌아봐야 한다. 화려한 건물이나 겉치레 행사보다 더 중요한 건 시민의 일상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골목길 작은 공원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의 집에서 불편을 줄여주는 행정이 진짜 시민의 행복을 만든다.

내가 꿈꾸는 안양은 분명하다. 노인이 존중받고, 청년이 기회를 잃지 않으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도시다. 그 길이야말로 후회 없는 안양을 만드는 길이고, 내가 매일같이 고민하며 붙드는 이유다.

나는 바란다. “안양에서 살아 행복합니다”라는 말이 골목마다, 학교마다, 공원과 시장마다 울려 퍼지길. 그 말이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시민들의 진심이 되길. 후회가 아닌 희망이 남는 안양,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서로 기대며 웃을 수 있는 안양. 바로 그런 안양을 만드는 일이 내가 멈출 수 없는 길이고, 반드시 지켜내야 할 사명이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만큼은 모든 시민이 외롭지 않고, 따뜻하고 행복한 명절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바람이 안양 곳곳에서 실현되는 도시, 바로 그것이 내가 꿈꾸는 안양이다.



허원구 안양시의뤈 jnewstimes10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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