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국립인천해양박물관(관장 우동식)은 3월 이달의 해양유물로 ‘광제호 태극기’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 태극기는 1904년(광무 8년) 근대식 기선(汽船)인 광제호(光濟號)에 게양된 국기로,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제국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상징하는 역사적 유물이다.
광제호는 해관(海關, 지금의 관세청) 소속 순시선으로, 등대 순시와 연안 치안 등 해상 행정 업무를 수행하였다. 19세기 후반 이래로 조선은 ‘이양선(異樣船)’의 출현과 개항을 경험하면서 근대적인 해상 질서를 확립할 필요에 직면했고, 이에 신식 선박을 도입했다. 1902년 대한제국 해관은 일본 가와사키조선(川岐造船) 고베 조선소에 광제호를 발주하여 1904년에 인도받았다. 광제호는 대한제국에서 추진한 근대 해양 정책의 결과물이었다. 도입 당시 소속은 해관이었으나, 1905년 을사조약 체결 후 탁지부(度支部) 관세국(關稅局)으로 변경됐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 체결 후에는 조선총독부 통신국(通信局)에 편입되었고, 명칭도 ‘광제환(光濟丸)’으로 개칭됐다.
한일병합조약이 공포되면서 대한제국의 상징인 광제호 태극기도 내려졌다. 이때 광제호의 항해사였던 신순성(愼順晟, 1878~1944)이 공포 직전 태극기를 내려 보관했다. 신순성은 관비 유학생으로 일본에서 중등 교육을 이수하고 동경상선학교(東京商船學校)를 졸업한 인물로, 1903년에는 국내 최초의 근대식 군함인 양무호(揚武號)의 함장에 임명된 이력이 있다. 그는 국권이 상실되는 순간 광제호 항해사로서 선박에 게양된 태극기를 지켜냈고, 그의 후손들이 이를 대대로 소중히 보존했다. 이로써 광제호 태극기는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대한제국기 해양 주권과 식민지 체제 전환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는 광제호 태극기는 지난 2월 28일부터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의 <대한민국임시정부 기억상자: 바다, 독립의 염원을 잇다> 展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공동 기획하여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4월 26일까지 진행된다.
우동식 국립인천해양박물관장은 “광제호 태극기는 대한제국의 해양 정책과 해양 주권 의식을 함께 담고 있는 역사적 유산”이라며 “광제호 태극기를 통해 국권이 상실될 때 국가의 상징을 지켜낸 신순성 항해사의 숭고한 뜻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수도권 유일의 국립 해양문화시설로 해양 역사와 문화를 보존·계승하기 위해 해양 관련 유물을 지속적으로 수집·연구하고 있다. 유물 기증을 희망하는 개인, 기관 또는 단체는 박물관 유물 기증 담당자에게 전화하거나 누리집을 통해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