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곳곳에서 축제와 행사가 열린다. 무대는 화려하고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시민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에도 늘 마음에 남는 질문이 있다. 이 행사는 얼마의 예산으로 치러졌는가 하는 질문이다.
시의원이 된 이후, 저는 이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그 질문에 시민이 현장에서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는 없었다. 안양시가 주최하거나 보조하는 각종 행사에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정보는 결산 이후 홈페이지에 공개될 뿐, 행사 현장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시민은 즐기는 사람으로만 남았고, 예산을 판단하는 주체로 서기 어려웠다.
저는 이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축제와 행사는 단순한 즐길 거리가 아니다.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명백한 공적 사업이다.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에는 반드시 설명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사후 보고로 충분하지 않다. 시민이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을 사전에 제공하는 것, 그것이 책임 행정의 출발이라고 판단했다.
2023년 기준, 안양시에서 열린 행사와 축제는 164건이다. 전년도보다 43건이 늘었고, 집행 예산 역시 크게 증가했다. 행사가 늘어날수록 예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행정은 그 질문에 즉시 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안양시 행사예산 공개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의 핵심은 단순하다. 행사 예산을 시민이 ‘찾아보게’ 하지 말고, 시민 ‘앞에’ 공개하자는 것이다.
조례에 따라 총사업비 5천만 원 이상이 투입되는 행사는 현수막, 포스터, 전단지, 홍보책자, 온라인 홍보물 등 모든 행사 홍보물에 예산 정보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총예산액뿐 아니라 국비, 도비, 시비, 자부담 등 재원 구성도 함께 공개하도록 했다. 글씨의 크기와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해 형식적인 공개로 흐르지 않도록 했다.
이제 시민은 행사장에 걸린 현수막을 보는 순간, 해당 행사가 얼마의 예산으로 추진되는지 알 수 있다. 행사의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판단의 출발선은 같아진다. 예산을 아는 시민은 감상이 아니라 기준으로 행정을 바라볼 수 있다.
모든 행사를 한 번에 공개 대상으로 삼지 않은 이유도 분명하다. 처음부터 모든 행사를 포함할 경우 행정 부담이 커지고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예산 규모가 크고 시민 체감도가 높은 5천만 원 이상 행사부터 투명화를 시작했다. 이는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다.
이 조례는 행정을 불신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의심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숨기지 않는 행정은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공개는 행정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책임 있게 만든다.
그동안 시민이 무관심했던 것이 아니다. 알 수 없었을 뿐이고, 볼 수 없었을 뿐이다. 정보가 닫혀 있으면 판단도 멈춘다. 행정이 정보를 여는 순간, 시민의 판단은 다시 작동한다.
세금은 시민의 것이다. 그리고 시민의 세금은 시민 앞에서 사용되어야 한다. 행사 예산 공개는 단순히 숫자를 알리는 문제가 아니다. 행정의 태도를 바꾸는 문제다. 즐거움 뒤에 책임을 남기고, 축제 뒤에 기록을 남기는 것, 그것이 공공 행정의 기본이라고 저는 믿는다.
‘안양시 행사예산 공개에 관한 조례’는 그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한 출발선이다. 이제 안양의 행정은 묻기 전에 숨기지 않고, 지적받기 전에 공개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현수막 한 장에 적힌 숫자는 작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숫자를 시민 앞에 내놓는 순간, 행정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
행사는 끝나도 책임은 남아야 한다. 제가 이 조례를 만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