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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아트센터 무대감독 인터뷰 시리즈 ‘무대 뒤 사람들’

김봉곤 무대감독, 무대를 책임지는 무대 뒤 지휘자


(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관객과 마주한 무대 위는 아니지만, 그날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무대 뒤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분야별 무대감독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인터뷰는 김봉곤 무대감독이다. 김봉곤 무대감독이 경기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녕하십니까. 경기아트센터 무대기술팀 무대감독 김봉곤입니다. 공연장에서 무대 안전관리 및 무대 운영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 공연장에서 무대감독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무대감독의 역할은 조율사에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피아노 고유한 음을 내도록 현을 좌,우로 돌리면서 음높이를 맞추고 음의 균형과 예쁜 음색을 만들어 주듯, 무대감독도 마찬가지로 공연이 안전하고 부드럽게 진행 될 수 있게 각 파트(기획,조명,음향,기계,영상)별 감독님들과 조율하며 무대전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연출자를 도와 연출의 의도를 무대에서 실현될 수 있게 무대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현장의 지휘 책임자이기 때문에 공연 중 기술적인 문제와 배우의 등․퇴장 등 공연 진행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예술감독이나 연출가에게 인계 받은 후 공연을 실현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작하기 전까진 예술감독, 연출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공연이 시작한 후에는 무대 뒤에서 무대감독이 공연을 이끌어 간다. 덧붙여 무대 위에서 각 파트에 동작이나 진행을 하라는 신호뿐만 아니라, 무대 위 안전까지 책임지는 역할이 바로 무대감독의 역할이다.


▶ 입사 후 18년 동안 많은 무대를 경험했을 텐데 특별히 까다롭거나 기억에 남는 무대는?

정말 모든 공연이 까다롭다. 작은 공연도 까다롭게 고민하고, 무대 위에서 최고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용단 작품 ‘황녀 이덕혜’다. 2019년 4월에 LG아트센터에서 작품을 준비 중이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당시 스태프 50명과 무용단원 7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관객들과도 공연을 약속한 상태였다. 모두들 몇 달 전부터 이 작품을 위해서 달려온 상황이라, 급히 고향에 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곧바로 무대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예술감독님과 무용수들께서 많이들 위로 해주시면서 ‘이제 감독님이 돌아와서 무대를 올릴 수 있겠다’라는 말에 무대 감독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이 들었다. 아버지를 향한 마음은 아프고 죄송했지만, 한편으로 공연에 대한 애착과 보람도 느꼈다.‘황녀 이덕혜’ 작품 중에는 이덕혜가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이 있는데, 마치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 같았다. 이후 많은 작품들을 했지만 이 공연이 가장 기억 난다. 딱 이맘때쯤 시기였다.

▶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경기도무용단 ‘순수_더 클래식’을 준비 중이다. 순수란 것은 말 그대로 깨끗함을 뜻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시기인데, 작품의 제목부터 깨끗한 어감이다. 모든 관객들이 작품의 제목처럼 문화적인 치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전통무용을 준비하는데, 클래식과 융합되어서 더욱 흥미로운 공연이 될 것 같다.

보통 전통 무용은 국악기로 음악이 준비되지만, 이번엔 클래식 악기가 등장한다. 전통 무용을 클래식 음악 위에서 표현하려고 한다. 클래식 악기는 다양한 층위의 음악이 가능한데, 여러 번의 리허설 통해서 전통 무용과 클래식 악기의 시너지를 올릴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 예술단마다 무대 감독 입장에서 준비하는 포인트가 다를 것 같다. 각 예술단별로 어떤 포인트가 중요한가?

우리 극장은 다목적공간이기 때문에, 클래식,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열고 있다. 그리고 각 공연마다 당연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경기필과 시나위오케스트라의 경우는 등장하는 악기들이 많기 때문에 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소리가 객석으로 나갈 때 관객들에게 답답하지 않고, 적당히 잘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현악기와 관현악기가 많이 등장하는 공연 같은 경우는 음향감독님께 음향 튜닝 시간을 많이 제공한다.
연극 같은 경우는 배우의 동선이나 무대 등 테크니컬한 부분에 더 집중한다. 또 리허설에는 배우들에게 혼자 연습할 시간을 더 많이 부여한다.

무용은 조명에 포인트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 일반 연극과 다르게 등‧퇴장이 빠르다. 그러기 때문에 동선에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 코로나19로 무관중 공연들이 진행되었는데 대면공연과 다른 점?

우리 단원들을 포함한 출연자들은 무대에서 관객들을 바라보고 공연을 진행한다. 관객의 표정과 호응으로 에너지를 얻고, 그렇게 되었을 때 100%이상의 기량을 발휘한다. 그런데 무관중 상황에서는 카메라를 바라봐야하기 때문에 딱 준비된 만큼만 공연을 하게 된다. 누구보다도 당당했던 예술가들이 카메라 앞에선 위축되어 보였고, 전체적인 앵글에서 예술가들이 작아 보였다. 그게 정말 안타까웠다. 성공적인 공연은 공연이 끝나고 나면 예술가들 특유의 숨소리가 있는데, 비대면 공연의 경우 그런 모습들이 아니어서 지켜보는 무대감독으로서도 아쉬움이 컸다.


▶ 피아노 페스티벌 등 무대 소품들도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어디서 제작에 관한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는가?

코로나 이전엔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고, ‘또 저런 소품은 나도 나중에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때마다 핸드폰에 사진을 찍어두거나 아이디어들을 기록해두곤 한다.

또 담당 기획자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기도 한다. 얼마나 기획자가 진취적이고 열정적으로 무대에 임하는지가 무대감독에게도 영향을 준다. ‘경기피아노페스티벌’때였는데, 공연을 맡은 담당자가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었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해 굉장히 진지했고, 단지 스쳐가는 작품이 아니라 내가 만든 작품이라는 진솔함도 느껴졌다. 그런 경우에 무대감독 역시 자극을 받고 더 고민하게 된다. 기획 담당자가 작품을 준비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무대감독도 자극받고 더욱 몰입해 작품에 임하게 된다.

▶ 경기아트센터 근무기간 18년은 엄청 긴 시간이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우선 믿고 맡겨주신 조직에 감사하다. 사실 무대감독의 책임은 아주 무겁다. 공연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 아무 사고 없이 공연이 끝나고 났을 때의 희열감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또 다시 시작하게 된다. 늘 새롭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다. 모든 작품이 백지 위에 처음부터 그려지듯이. 

▶ 무대 위에는 여러 공연들이 올라가고, 그걸 다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했다. 또 많은 것을 머릿속에 어떻게 기억하는지 노하우도 궁금하다.

오랫동안 일을 해 왔지만 작품을 맡을 때마다 정말 긴장되고 떨린다. 처음에 연습 장면을 촬영하고 동영상을 보면서 장면 큐시트를 만든다. 그런데 이건 하나의 참고사항이다. 그걸 끝없이 익히고, 외운다. 공연이 오르기 전까지 반복적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기억 하려고 한다. 이걸 다 외워야 돌발 상황에 대처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대감독은 때로는 즉흥적이어야 한다. 무대는 라이브기 때문에 정해진 큐는 없다. 그때그때 템포를 조절하기도 하고, 완벽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예를 들면 공연 중에 관객들의 박수가 길어진다 싶으면 공연의 템포를 조금 더 늘리기도 한다. 다음 장면을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다. 관객의 박수 소리를 듣고 우리가 즐기기도 한다.

▶ 어떻게 무대를 구상하는지?

보통 퇴근 후 집에서 모든걸 이미지 스케치 한다. 큐를 정리하고, 지휘자도, 연주자도 끊임없이 악보를 보면서 연습하듯 저희도 영상을 보면서 계속 머릿속에서 큐를 정리한다. 어떠한 상황이 있어도 무대감독이 싸인(신호)이 있지 않고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무대감독의 싸인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리허설을 통해 점검하며 공연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작품을 준비하면 잠도 잘 못 잔다. 매순간 공연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다가도 ‘이 세트는 이 때 빠지는게 좋을까’아니면 ‘이럴 때는 조명 큐가 먼저 들어가야 분위기가 더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 하곤 한다. 그럴 때는 차라리 무대에 나와 있는 게 마음이 편한 날도 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공연에 사용된 세트가 창고로 들어갈 때 즘 피로가 몰려오면서 개운하면서도 허전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무대와 연출?

한국무용과 같은 우리나라의 궁중무용을 오리지널로 맡아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사실 우리 춤만큼 아름다운 게 없는 것 같다. 손짓 하나 하나에 귀품과 특별한 의미가 있고, 한복의 아름다움은 한국무용에서 독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것은 우리 전통이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 우리춤을 멋지게 한번 올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