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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아트센터 무대감독 인터뷰 시리즈 ‘무대 뒤 사람들’

무대 위 조화를 꿈꾸는 김보미 조명감독


(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관객과 마주한 무대 위는 아니지만, 그날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무대 뒤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분야별 무대감독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인터뷰는 김보미 조명감독이다. 김보미 조명감독은 지난 21일 경기아트센터 회의실에서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경기아트센터 무대기술팀 조명감독으로 근무하고 있다. 조명이 무대 위에서 잘 운용될 수 있도록 기술파트를 책임지고 있고, 공연에 필요한 조명 디자인도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 경기아트센터 오시게 된 계기?

경기아트센터야말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도예술단을 운영하고 있고, 자체 기획 공연들을 활발하게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무대감독분들이 공연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연장이다. 그에대한 기대감이 컸다. 

또 프리랜서 시절 경기아트센터와 협업할 일들이 많았는데, 국내 어느 공연장보다 무대기술팀이 좋은 분위기였다. 이런 회사에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공고가 나서 지원하게 되었다. 


▶ 조명감독의 역할

극장이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조명감독은 관객들이 무엇을 보게 될지를 결정하게 된다. 무대의 시작도 조명이 켜지면서 시작되고, 공연의 마지막도 암전되면서 마무리가 된다. 또 조명은 어떤 물체가 잘 보이게 하는 역할을 넘어서, 그 공연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도 한다. 무대 위 예술가들과 동시에 공연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조명 디자이너가 이미 조명 디자인을 설계한 작품들의 경우, 조명감독은 의도한 디자인이 실제로 무대에서 구현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출가와 시각적으로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지를 공유 한다. 연출자가 의도하는 디자인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특별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센터 기획이었던 예술단원 창작을 지원했던 ‘어울여울’프로그램을 통해 선정 된 ‘혜석을 해석하다’ 라는 공연이 생각난다. 경기도무용단 김혜연 단원이 준비한 작품이었는데, 조명에 대한 해석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조명감독의 역할이 극대화되었던 작품이라 특히 기억이 난다. 

가장 기억나는 건 조명으로 좌절되는 느낌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나혜석이라는 캐릭터가  점점 입지가 좁아진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빛을 향해 걸어가지만, 그 빛이 조금씩 사라지는 장면을 조명으로 연출했었다. 주인공이 한걸음 나아가면 가면 다시 빛이 멀어지는 방식으로 장면을 연출했다.


▶ 무대감독으로 근무하면서 있었던 특별한 기억은?

2020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경기아트센터도 비대면 공연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카메라로 공연을 중계하는 일이 많았는데, 실제 무대와 카메라가 무대를 촬영할 때가 그렇게 다른지 몰랐었다. 당시엔 실제 무대에 맞춰서 조명을 준비했는데, 카메라로 본 공연은 예상과 달랐다. 전혀 다른 장르였다. 그래서 비대면 공연 촬영 때마다, 카메라의 원리에 대해 공부하고, 조명 설계를 바꾸며 새로운 공연 방식에 적응해 나갔다. 오히려 공연장에만 있어서 몰랐던 것들 이었다.

무용단‘포행’을 시작으로, ‘예술방송국’ 프로젝트까지 조명 연출에 참여함으로써, 스스로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제는 무대 위를 사람의 눈이 아니라 카메라의 시선으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름대로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 공연의 방식이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는데, 더 많은 매체를 활용하는 공연에 참여하고 싶다.  

▶ 조명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은?

공연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보통은 가장 필요한 역량이 집중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고, 지금 생각해보니 집중력보다 더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바로 망각의 기술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수가 나올 수 있다. 그럴 때엔 빠르게 잊고 다음 상황을 인식해 몰입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공연이 아직 끝난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명은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 무대에는 여러 파트들이 있다. 무대, 기계, 음향, 영상, 의상, 분장 등 공연을 위해 각자 맡은 중요한 역할이 있다. 각자의 역할들이 골고루 돋보이게 하는 것도 조명의 역할이다. 모든 파트와의 앙상블이 가장 중요하다. 내 파트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다른 파트와의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최고의 공연이 만들어진다. 무대에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 조명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단순히 어떤 자질만 가지고는 일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 싶다는 마음과 그것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과정이다. 조명기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정말 많다. 하지만 그런 재능만으론 고된 일들을 견딜 수 없다. 여기서 오랫동안 일한 분들은 공연을 정말 사랑하시고, 실제로 공연에 헌신을 할 수 있는 분들이다.

▶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명은 모든 장치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때 가장 빛난다. 조명이 혼자서 돋보이는게 아니라, 무대의 예술가들이 부각되었을 때 보람차다. 

사실 매번 공연을 지켜볼 때마다 그런 보람을 느낀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공연을 나는 일상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공연을 만드는 입장에서 예술작품을 아티스트와 같이 만들어 간다는 자체가 정말 의미 있다. 

▶ 조명감독을 하게 된 이유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동아리활동으로 연극을 했다. 2학년 때, 서울에 와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갖춰진 조명 시스템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에서 쓰는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로 이루어진 최첨단 기계였고, 컴퓨터로도 조명을 움직일 수도 있고, 간단한 조작만으로 빠르게 조명을 설계할 수 있어서 놀랐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기도 해서, 그 순간 내가 저 조명 시스템으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런 것들을 다 배워보고 싶었다. 그렇게 대학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그 중에서도 조명을 공부하게 되었다. 

조명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은 마음에, 청계천 근처에서 조명들을 사서 직접 작업을 해보기도 하고, 롯데월드 퍼레이드 카에 LED조명으로 데코레이션하는 아르바이트까지 해봤다. 롯데월드 퍼레이드 카엔 수많은 LED전구가 있는데, 그게 어떻게 설계되고 작동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런 과정이 쌓이면서 공연장 무대에서 조명감독을 하는데 동기부여가 됐다. 


▶ 앞으로 목표?

관객들과 연출가들은 매번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 스스로가 새로운 걸 항상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게 목표다. 경험에만 매달리지 않고, 스스로 어떤 해답을 정해두고 싶지 않다. 정답은 없다. 늘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사는 것이 목표다

▶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나위오케스트라의 ‘장단의 민족’ 공연을 한창 준비 중이다. 관객들이 많이 찾아와 공연에만 존재하는 감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예술가들이 뿜어내는 기운을 받고 가셨으면 한다. 특별히 작품의 조명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더 뜻깊을 것 같다.  


■ 프로필

학력
2018 서울디지털대학교 회화과 미술학사 졸업
2006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무대미술전공 

극장근무

2019~현재 경기아트센터
2018 파주시설관리공단 문산행복센터

2012~16 고양문화재단 아람누리

공연과 영화·무대미술, 조명작업

2016 연극 <렛미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서울.
2015 오페라 <마술피리>,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부산.
2014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블루스퀘어, 서울.
2013 창작연희극 <추樂남매 1+1>,국립국악원, 진도,부산,남원.
2012 창작연희극 <몽키땐쓰>, 춘천마임축제, 춘천.
2011 그림자극 <도깨비불 [潾:린], Ufa-Fabrik, Berlin, Germany.
2010 창작연희극 <바람노니> 춘천마임축제, 춘천.
2009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서울. 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