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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활짝 문 연 고양국제꽃박람회…화훼산업관, 국제교류의 장으로

한국전통꽃문화 궁중채화, 아르떼 뮤지엄 협업 미디어 아트 등 색다른 전시 눈길


 

(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지난 27일 4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개막한 고양국제꽃박람회, 다양한 야외테마정원과 놀이기구, 각종 공연‧이벤트와 플라워마켓 등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로 기다렸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실내전시장인 화훼산업관에서는 세계화예작가 초청전과 해외 희귀식물전, 궁중채화 전시, 아르떼뮤지엄이 협업한 미디어아트, 국내‧외 화훼 산업 트렌드를 보여주는 각국의 신품종 전시까지 화훼산업관이라는 전시장 이름에 걸맞게 화훼산업을 이끄는 트렌드들을 가감 없이 엿볼 수 있다.




전통꽃문화의 진수, 궁중채화…벌과 나비도 내려앉는 비단꽃


화훼산업관 입구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청화백자 화병에 드리워진 붉은색과 흰색의 복숭아꽃 한 쌍이 눈에 들어온다. 일월오봉도와 나란히 조화를 이룬 홍백의 꽃나무에 감탄을 자아내던 관람객들은 설명을 읽고는 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얼핏 보면 생화 같아 보이는 이 꽃들은 비단과 밀랍 등으로 만든 국가무형문화재 황수로 명장의 궁중채화 대표작 ‘홍벽도화준’이다.


궁중채화는 비단이나 밀랍 등으로 꽃을 만들어 궁중의 연회나 의례에 사용하던 가화(假花)다. 비단이나 모시에 색을 입히고 꽃잎 모양으로 자른뒤 다려 손으로 하나하나 빚어 만들어진다. 왕실의 위상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사용되던 궁중채화는 일제강점기 시절 문화 말살 정책으로 사라질 뻔 했지만 황수로 명장이 복원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화훼산업관에 전시된 홍벽도화준은 청화백자에 홍도화와 벽도화 한 쌍을 놓아 연회 때 어좌 양쪽을 장식하던 화준(花樽)이다. 약 3미터 가량 되는 나무에는 각각 비단으로 만든 2천개 가량의 꽃과 학, 공작, 봉황, 까투리 등이 장식되어 있다. 비단 꽃잎은 열매, 뿌리 등 자연으로부터 나온 염료와 송화가루, 밀랍으로 만들어져 야외에 두면 실제로 벌과 나비가 내려앉는다.


실내전시 관람을 마치고 돌아 나오던 관람객 A씨는 “세계 곳곳의 생화들이 전시된 화훼산업관을 한바퀴 둘러보고 나니 비단꽃으로 만든 궁중채화의 전통적인 미가 대비돼 더 실감나는 것 같다”며 다시 한번 홍벽도화준의 꽃잎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자리를 떠났다.



7인7색의 세계화예작가 초청전…다른 공간으로 데려다주는 꽃의 매력


궁중채화 작품을 지나 중앙에 들어서자 7색의 독특한 화훼 공간 장식이 3면을 둘러쌌다. 카메라를 든 관람객들이 저마다 사진을 담아내는데 열중하고 있는 이 곳은 인터플로라 월드컵‧유로파컵‧영국 첼시플라워 등 권위 있는 국제대회 챔피언 7인의 화예작가 초청전이 열리는 공간이다.


이번 초청전에는 독일의 비욘 코너(Björn Kroner-Salié), 핀란드의 피르요 콥비(Pirijo Koppi), 대만의 캘빈 리(Kelvin Lee), 헝가리의 가보 나기(Gábor Nagy), 폴란드의 이자 투카츠크(Iza Tkaczyk), 몰도바의 드미트리 트루칸(Dmitri Trucan) 그리고 한국의 정광옥 작가가 참여했다.



작품들 한가운데서는 정광옥 작가가 통역가를 옆에 둔 다른 참여 작가들과 꽃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피르요 콥비 작가는 직접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말 그대로 글로벌한 화훼문화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다채로운 색과 꽃의 유기적인 결합에 고려청자가 어우러진 정광옥 작가의 ‘색(色)-소통하다’,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 작품 세헤라자데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드미트리 트루칸의 ‘세헤라자데’, 수묵으로 그린 서예가의 그림을 나무껍질과 꽃으로 표현한 캘빈 리의 ‘묵화’ 등 잠시 멈춰서 작가의 작품설명을 읽어보면 조금 더 새롭고 다양하게 작품을 해석해볼 수 있다.



7년에 한번 꽃피우는 아모르포팔루스…아르떼 뮤지엄 협업한 미디어 아트 작품도


세계화예작가전 뒤쪽으로 돌아가면 자그마한 해외 희귀식물이 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이 식물은 동남아시아 열대지역에 서식해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아모르포팔루스(곤약속, Amorphophallus)에 속하는 식물들이다.



아모르포팔루스 식물들은 약 7년 동안 땅속 덩이줄기에 양분을 모아 단 이틀에서 5일 정도의 기간만 꽃을 피운다. 꽃이 피면 시체가 썩는 것 같은 악취를 풍겨 시체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악취를 풍기지만 약용으로 쓰이기도 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식용으로 재배된다. 우리가 흔히 다이어트 제품으로 즐겨먹는 곤약도 이 아모르포팔루스 중 하나인 곤약의 덩이줄기 전분이다.


흔치 않은 식물이기에 많은 종들이 전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코끼리발을 닮은 아모르포팔루스 파에오니폴리우스와 독성을 띤 아모르포팔루스 뮬러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아모르포팔루스 주변으로는 서툰 한국말로 꽃을 설명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에콰도르, 태국, 르완다 등 다양한 국가 부스들이 국제박람회장임을 실감케 하는 국가관과 국내‧외 신품종을 소개하는 신품종관이 이어진다. 전시장 가장 왼편에서는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유명한 디스트릭트의 아르떼 뮤지엄과 협업한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한 ‘유채’그리고 ‘등나무’ 2종의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4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총 25개국 200여개의 기관, 단체 등이 참여하는 화훼산업계 국제교류의 장으로 마련돼 5월 8일까지 이어진다”며 “실내전시에도 7인7색의 세계화예작가전, 한국전통꽃문화를 소개하는 궁중채화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으니 함께 즐겨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